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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비자

Immigrant Visa

미국 국무부가 다음 달(10월)의 비자게시판을 발표했다. ‘3순위 취업이민 cut off 날짜 14개월 후퇴’ 가 핵심이다. 전세계의 주식시장, 특히 한국과 중국의 주식시장이 죽을 쓰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비자게시판과 주식시장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가? 없다. 비자게시판도 시장 요소인가? 그렇다. 비자게시판은 ‘미국 영주권’이라는 매우 귀한 공공서비스의 신청(수요)과 승인(공급)량을 조절하는 핵심요소이다. 사적 재화시장의 첨단인 주식시장과 대표적인 공공재화의 조절키인 비자게시판을 바라보는 소시민들의 모습에 흥미로운 유사점과 대비점이 있는것 같다. 이를 살펴보고 싶다.

주식시장은 소시민인 주식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의 기쁨과 희망, 좌절이 뒤섞인 곳이다. 정치권도 주가에 따라 인기가 오르내리고, 회사대표는 주가폭락의 책임을 지고 해고되기도 한다. “참혹, 충격, 당혹, 실망…” 주식시장의 지수가 폭락할 때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단어들이다. 개별주식의 가격이나 전체 주식시장의 지수는 한시간에도 수십번씩 바뀐다. 여러 주식간의 상대가격도 계속 역전된다. 한 번 우량주가 영원한 우량주는 아니다. 따라서 매일, 순간순간, 시세판을 확인하고 전망좋은 주식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렇지만 주식시황판만을 쳐다보고 있다가 속병 난 분들이 많다. 자기가 구입한 주식은 값이 떨어지고 팔아버린 주식은 값이 오르는 것을 수없이 경험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주식 대신 살 수 있는 대체관계에 있는 재화가 많다. 주식의 전망이 좋지 않으면, 다른 주식이나, 채권, 현금, 은행 예금, 부동산 투자 등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개미들은 주식의 매매 행위를 통해 주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비자 게시판, 즉, 영주권 시장은 미국에 안정적인 정착을 원하는 외국인들의 희망의 등대이다. “활짝 열려, 급진전, 환호…” 등은 국무부 비자게시판의 cut off 날짜가 상당히 전진되었을 때 나오는 단어들이다. 영주권 신청자, 초청자, 변호사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비자신청은 각 카테고리간의 우선순위(preference)가 정해져 있다. 우선순위는 곧 서열관계이다. 시민권자의 미혼자녀는 영주권자의 미혼자녀보다 늘 빠르다. Labor Certification이나 I-130 또는 I-140의 접수날짜가 또다른 서열지수이다. 한 번 정해진 서열은 바뀌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처럼 우량주가 깡통주가 되거나 깡통주가 우량주가 되는 법이 없다. 비자 게시판의 모든 cut off 날짜가 함께 늦어지거나 함께 빨라진다. 비유하자면, 편도 2차선 도로에 1순위차량 뒤를 차순위의 차량이 줄줄이 따라가는 모습이다. 한 차선은 가족초청이민행렬이요, 다른 차선은 취업이민이다. 차선과 차선사이에는 노란경계선이 있으므로 차선 변경이나 추월이 불가능하다. 새벽시간대에는 차량속도가 빨리질 것이요, 명절 때는 서 있거나 엉금엉금 기어간다. 한 번 자신의 카테고리를 정해서 시작했으면 자신의 카테고리의 cut off 날짜만 챙기면 된다.

영주권 시장은 또 대체재, 즉 자신이 추구하는 영주권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드물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신의 카테고리의 진행속도만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3순위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2순위로 갈아탈 수 있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처음부터 자신의 자격, 학력, 경력을 바탕으로 최선의 스폰서, 곧 우량주를 택하면 된다. 미국 영주권이 싫으면 계속해서 단기체류비자를 갖고 계시거나,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나라의 영주권을 택하는 수 밖에 없다.

주식시장을 좌우하는 세력은 기관투자가, 외국인, 개인 등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세계시장, 강대국의 주식시장 현황이 중요한 외부환경이 된다. 개인들은 주가지수의 영향을 받으면서 또 영향을 미치는 주체이다. 미국 영주권 시장을 좌우하는 양대 세력은 미국 국무부와 이민국이다. 미국 의회가 중요한 외부환경이다. 매년 이민비자 쿼터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비자게시판의 진전을 “전망”하는 변호사들은 거의 없다. 거의 미국 국무부나 이민국의 관리들이 흘린 말을 빌어서 예상치를 내놓는다. 분석 결과라기보다는 비공식 정보이다. 신청서가 몇개나 들어왔는지, 영주권이 몇개나 승인되었는지 등에 관한 모든 정보를 미국 정부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주식시장에서는 증권 분석가들이 열심히 주가 전망치를 발표한다. 간혹 정확한 분석을 내놓는 증권사들이 있기는 하나 대개는 뒷북치는 전망치가 많다.

주가 폭락을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주가하락으로 이득을 볼 사람들이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떨어졌을 때 주식을 구입해서 시세차익을 보려는 사람들, 주가가 떨어져서 회사의 자본금이 낮아졌을 때 그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려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 비자게시판이 엉망이 되는 것을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마도 있을 것이다. 외국인의 미국 정착을 싫어하는 사람들, 이민자들을 싫어하는 쪽일 것이다. 그 분들이 매달 비자게시판을 체크하지는 않을 것이나, 미국 의회쪽에 연간 영주권 쿼터를 축소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비자게시판이 계속 늦어지도록 만드는 정치적인 압력이다.

비자게시판을 바라보는 소시민들의 마음자세는 어떠해야 하나? 주가 변동 차트에는 5일선부터 120일 선까지 있는 것으로 안다. 한 주식의 가격이나 주식시장 전체의 지수는 한시간에도 수십번씩 오르내린다. 그렇지만 120일선이나 더 장기의 주가지수 변화를 살펴보면 주가지수의 변화는 꾸준하고 안정적이다.

비자 게시판도 마찬가지이다. 제 3순위의 cut off 날짜를 추적해본적이 있다. 매달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는 게시판이지만 1년단위로 따져보면 달력이 넘어가는 것과 비자게시판의 cut off 날짜가 전진하는 것이 거의 일치한다. 매달 손꼽아서 비자게시판을 쳐다볼 필요가 없다. 물론 한두달 내에 영주권을 받아야 할 절박한 사정이 있는 분, 자녀의 나이가 21세가 넘을락 말락 하는 가정들은 매달 매달의 비자게시판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것이다. 그러나 매일 매일의 주가와 주가지수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주들과는 달리, 영주권 쿼터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은 구경꾼에 불과하다. 비자게시판을 쳐다보았자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한번에 1년 2개월이 늦어져서 실망스러운 분들이 많겠지만, “충격과 당혹감”을 느끼실 필요가 없다. 주식시장도 폭락하기도 하고, 폭등하기도 한다. 1년2개월 이상이 cut off 날짜가 전진하는 달도 곧 오지 않겠는가.

(2008년 9월 13일 애틀란타 타임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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