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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민

American Citizen

얼마 전 언론에 발표된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페레즈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태어났으나 미국으로 이민와서 영주권자가 되었다. 그 후1996년 7월 페레즈는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추방되었다. 헤로인 제조 및 배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4년 뒤 페레즈는 다시 미국에 밀입국하려다가 붙잡혔다. 1차 추방 후의 밀입국 시도로 인해 페레즈는 57개월을 미국 형무소에서 보냈고, 3년의 보호관찰 선고를 받았다. 

사실 1988년 페레즈의 모친이 미국시민권을 얻었을 때 페레즈도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이 되었다. 부모중 한 사람이 미국 시민이 되면 18세 미만의 영주권자인 자녀도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이 된다는 미국 이민법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페레즈가 미국시민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그의 어머니는 페레즈와 페레즈의 변호사에게 페레즈가 미국 시민이 아니라고 얘기해주었다. 물론 변호사도 페레즈의 과거 이민신분에 관해 점검을 해보지 않았다.

2004년 4월, 형기를 마친 페레즈에 대해 미국 이민세관 단속국이 두번째 추방재판을 준비하다가 페레즈가 미국 시민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이 기관은 페레즈에 대한 추방재판 과정을 중단했고, 페레즈에게도 시민권 자동 취득 사실을 알려주었다. 몇달 뒤에는 연방정부가 페레즈에게 미국 시민권 증서를 발급해주었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페레즈의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페레즈는 밀입국 시도를 하다가 붙잡힌 데 대한 형벌인 “보호관찰” 형을 계속 받고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페레즈는 자신의 보호관찰형을 중단하고 형사기록을 삭제해 달라는 청구서를 제출했다. 사실상의  무죄 (actual innocence)라는 근거에서였다. 오직 외국인만이 “밀입국”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데, 자신은 미국 시민이었으므로 밀입국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담당검사는 몇가지 근거를 들어 페레즈의 범죄기록 삭제에 반대했다.

첫째는, “시효기한 만료” 라는 규정이었다. “페레즈가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려면 1년 이내에 그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페레즈 자신이 미국시민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출할 의무가 있었지만, 밀입국 시도시 자신은 미국 시민이 아니며 호세 신트론 이라는 이름의 푸에르토리코 인이라고 신분증을 제시했다” 는 것이 검사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담당 판사는 “페레즈가 한 번 추방된 사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미국시민이 아닐 것이라고 믿었던 데는 합당한 근거가 있다. 미국 정부가 페레즈를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1차 추방을 시킨 것은 페레즈에게 당신은 미국 시민이 아니라고 확인해주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페레즈가 자신의 시민권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용서될 만한 실수이다” 라고 했다.

담당 판사는 또 페레즈가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무죄를 항변할 수 있는 소멸시효는 시민권자가 된 때나 기소된 때로부터가 아니라, 자신이 미국시민임을 알게 된 때부터 시작된다고 해석했다. 
또 “미국정부가 페레즈의 시민권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담당 검사가 이를 추적해보았다면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고, 페레즈가 미국 시민이라는 정보는 추방재판에 매우 중대한 정보인데, 미국 정부가 이 정보를 페레즈에게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페레즈는 매우 중대한 헌법상의 절차적 권한을 박탈당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진실이 공짜로 밝혀지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시간과 돈과 지식을 동원해서 힘들게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2006년 9월 KoAm Times 게재)
제목 날짜
미국시민의 미국 밀입국 혐의가 가능한가   200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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